그래서 맨눈 시력이 0.3 이상 돼야 소방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산소호흡기를 쓴 채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 공무원의 압력마스크 안에는 안경이나 렌즈를 끼기 쉽지 않다. 더구나 화재 현장은 연기가 가득해 앞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생긴 규정이다.
그래서 소방 공무원 시험이 끝나고 신체검사를 할 즈음에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안과에서 일어난다. 소방관이 되고 싶어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일단 시험은 봤는데 그리고 합격까지 했는데 시력은 좋지 않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이고 때에 따라서 드림렌즈를 찾기도 한다.
드림렌즈는 잠자는 동안 끼면 각막을 눌러 일시적으로 시력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사실은 편법이지만 소방관은 되고 싶고 수술을 기피하는 분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사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시험 전에 계획을 세워서 이미 수술을 안전하게 마치고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왜 이제야 왔느냐고 수술하는 의사에게 야단 아닌 야단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의사의 입장에서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다. 시력 교정 수술은 평생 한번 하는 중요한 수술이고 그 수술결과로 평생을 살아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중대한 수술이 합격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물론 합격도 중대한 일이긴 하지만.
소방관의 시력은 정말 중요한다. 업무 능력 때에 따라선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술 후에 있을 수 있는 야간번짐의 경우 일반인에게는 “일상생활에 거의 불편이 없는 미세한 야간번짐” 일수도 있지만 캄캄하고 연기 자욱한 상황에서는 절박한 야간번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방관 혹은 소방관을 지원하는 분을 수술할 때는 조건도 더 세심하게 상담도 더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인데 당장 내일 모레 시력검사를 위해 수술을 한다면 무엇이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헛갈릴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소방관의 눈을 위협하는 것은 뜨거운 화기와 먼지, 그리고 현장에서 눈에 들어갈 수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눈을 보호하는 보호경이 있더라도 뜨거운 화기는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눈 화상이 잘 생긴다. 여름철 해변가에서 하루종일 놀다가 저녁이 되면 눈이 충혈되고 아프고 따끔거리면서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겪은 분이 많을 것이다. 이것은 소위 ‘눈 화상’의 증상이고 심한 경우 분비물이 눈에서 나오기도 한다. 더욱더 위험한 것은 화학물질이다. 화학 물질은 각막에 직접 상처와 염증을 주기도 하고 심한 경우 화상을 입힌다. 특히 화학물질이 알칼리성일 경우 심한 화상으로 인해 반흔 흉터가 각막에 생기고 이로 인한 영구적인 시력저하가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실명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소방관이 아니더라도 여름철에 보통사람도 언제든 겪을 수 있는 것이 눈화상이라 간단한 치료법은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눈을 비비지 않는 것이다. 식염수가 있다면 흐르는 식염수에 눈을 씻는 것이 제일 좋고 정 없다면 수돗물이라도 가능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로 씻어야 하는데 알칼리 화상이 의심될때는 1리터 이상 많은 양이 필요하다. 시간도 15분이상 필요하다.
그다음 할 수 있는 것은 냉찜질이다. 차가운 얼음을 직접 눈에 대거나 누르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차가우면 통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동공-심장 반사(ocularcardiac reflex)를 일으켜 심장박동을 느리게 할 수도 있다. 냉장고 수준에서 차가와진 수건을 눈에 5분에서 10분이하 대고 잠시 쉬었다가 이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는 것이고 필요한 경우 항생제나 소염제 안약을 처방 받을 수도 있다.
명동 밝은세상안과
이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