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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점검과 거짓보고, 그리고 …

부실점검과 거짓보고, 그리고 …

  • 기자명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회 회장
  • 입력 2018.02.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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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관리사의 시각으로 본 소방시설 유지관리의 실태

최 영 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회 회장

■ 소방시설 유지관리에 대하여

소방점검의 최종 목적은 소방점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점검결과 나타난 불량 사항을 개선하여 화재 발생시에 모든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유지관리 및 화재예방은 모든 소방인의 최후 보루이다.

소방시설의 본질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소화기. 소화전을 제외한 모든 소방설비는 자동기동 방식임). 그리고 불량 사항에대한 정상화는 관계인(소유자.점유자.관리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 의식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유지관리(설치. 교체.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투입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소방시설 유지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아래의 현행법 규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상기의 법 규정을 대략 살펴보아도 자체점검 관련자의 처벌 규정보다 관계인등의 처벌규정이 매우엄격함을 알 수 있고 화재예방을 위하여 무엇이 중요한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훌륭한 처벌 규정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법 집행 현실을 들여다보면 소방시설관리사들은 연간10% 이상 처벌을 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전국의 33만개소의 소방대상물의 관계인들은 과연 어느 정도 비율로 처벌 받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필자의 언급은 관계인과 소방시설관리사와의 처벌 수위를 비교 하자는 논리가 결코 아니다. 단지 현행 소방법의 처벌 규정만 보아도 점검업무에 비하여 소방시설 유지관리 업무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10년간3명이상의 사망사고로 이어진 18건의 화재사건을 나름 분석하여 보았다.

소방안전관리 대상의 건물 8곳에서 발생한 화재 중근년에 발생한 경기 화성시 동탄 상가 화재(4명사망)와 경기 고양터미널 상가 화재(9명사망)는 소방시설유지 관리 상태가 정상적이었다면 사망사고 까지 이어지지는 화재사고는 아니 되었을 것이란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화재사건이다.

특히 이번 제천화재의 경우는 소방시설 유지관리 측면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절절히 남는다. 화재 발생 수개월 전 실시한 소방시설자체점검 결과를 낱낱이 분석한 결과 불량 사항을 바로 잡고 만반의 채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소 금액의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1천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추측하건대 이러한 비용 부담 때문에 화재발생 전년도에는 관할 소방서에 소방시설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고 관계인(self) 점검결과 보고서를 제출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관리업자에게 소방점검을 맡긴 건물주도 설마 본인 소유의 건물에서화재가 발생할까 하는 마음과 함께 적발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데 점검결과 거짓보고 시에 부과 받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두려워 과연 큰 비용의 지출을 감수하며 점검결과 문제점을 관할 소방서에 사실그대로 제출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필자가 지난20여 년간 점검 현장에서 만나본 관계인(건물주, 안전관리자)과의 대화는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째, 안전의식과 유지관리 비용 지출 조건이 충족한 현장에서의 대화다. "갑: 점검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부분 있으면 소방서에 사실대로 보고해도 좋습니다."

둘째, 안전의식은 있으나 유지관리 비용에 인색한현장에서의 대화다. "갑: 점검 좀 잘 해주세요." "을(관리사): 점검 마쳤는데 000문제점이 발생되었습니다. " "을: 소방서에 보고할 때 비용이 많이 발생 되는 부분은 빼주세요 저희가 요즘 내부 사정이 어려워 비용지출이 어렵습니다."

셋째, 안전의식도 없고 유지관리 비용 지출에도 난색을 표하는 현장에서의 대화다. "갑: 작년에 거래했던 점검업체가 점검을 마친 후 지적사항을 전부 소방서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고집을 피워 화가 나서 이번에 귀사로 점검업체를 바꾼 겁니다. 그러니 점검 후 크게 문제되지 않게 해주고 소방서 업무까지 잘 처리해주세요" "을: 000 문제점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니 꼭 처리하셔야 합니다. ""갑: 적법하게 준공 받았고 수십 년 동안 소방서직원도 문제 삼지 않았던 내용인데 지금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ㅠㅠ" 그렇다 외부의 세계에서는안전의식과 철저한 점검만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을꺼라 생각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따라서 안전의식으로 편리함을 배척하고 불편함은 감내할 수 있겠지만 소방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지출 없이는 실질적 안전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소방시설점검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거짓보고 할 경우관계인(소유주)이 반드시 처벌 받도록 함은 물론 소방시설을 정상적으로 유지 관리하지 않을 경우에도 반드시 처벌 받는 다는 사실을 건물주에게 인지 시켜야 한다.

제천 화재 참사로 인한 희생자 29명중 2층 여탕내부로 차오르던 하얀 연기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서 떨며 희생당한 20명을 생각하니 소방인의 한 사람으로서 형언할 수 없는 차가운 슬픔이 머리를 짓눌렀다. 관계인(건물주)이 소방시설을 정상적으로 유지 관리하였더라면 죄 없는 소방 공무원들이 수모를 겪는 일과 사망으로 인한 불행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 부실점검

행정의 목적은 국가가 수행하여야 할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 할 것인가를 주제로 삼는다. 지금까지는 자체점검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소방시설관리사에게 집중적으로 의무와 책임을 강요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왔다.

자본주의에서 권력은 자본인데 자본가인 소유주가 직접 안전을 책임지지 아니하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관리업자. 관리사에게 자제점검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도록 한 현행 법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부실점검 거짓보고의 근본 해결은 요원한 과제이다.

소방법상 어느 범주까지가 부실점검인가를 정의한바가 없기에 나름 부실점검 규정에 대하여 고민해보았다. 부실점검의 판명은 소방법 규정에 따른 소방시설의 기능 및 설치기준의 적합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성실하게 점검하였는지의 여부로 규명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부실점검의 직접적인 원인은 점검자 능력 부족. 점검자 경험 부족. 점검시간 부족 등의 예가 있고 간접적인 원인은 관리업자의 부당한 영업행위. 저가수수료. 열악한 근무환경. 관리업의 구조 형태 등 이루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그 원인은 무수히 존재한다.

특히 성실한 점검행위가 이루어 졌다 하여도 점검 결과 내용이 한국화재 안전기준(NFSC)의 1천여가지가 훨씬 넘는 기준에 한 가지 사실만 어긋나도 거짓과 부실점검으로 판명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그러니까 부실점검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점검을 함은 물론 거짓 보고를 하지 말아야 부실점검자로서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거짓보고는 법 조항 한 줄과 점검결과 보고서 표제부(갑지) 양식만 명확하게 변경하게 되면 예방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란 확신을 갖지만 부실점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난제인 듯하다.

필자가 소속된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에서 2017년 12월 13일부터 2018년1월13일까지 한 달간 1천명의 소방시설관리사들에게 부실점검 방지에 대한 대책에 대하여 소액이나마 상금까지 제시하며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결과는 부실점검의 복잡한 원인만큼이나 제시된 제안도 다각도로 많았다. 대부분의 제안들이 소방법 개정과 관련된 사안이고 그 또한 민간 사업자인 관리업 영역과 맞물려있는 사안들이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속 시원한 부질점검 방지책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의견 수렴 결과 소방시설관리사들이 생각하는 부실점검 방지대책은 큰 틀에서 점검 공영제 방식을 가장 많이 선호했고 차선책으로 소유주 책임 강화와 관리업 구조형태 변경(관리업 등급구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수의 소방시설관리사들 생각은 공영제 실시가 어렵다면 소유주와 사적인 용역계약 관계로 완성되는 현행의 자체점검 제도 하에서는 획기적인 처벌 규정 개선 없이는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 소방시설관리사가 국가기관으로부터 일반 관계인과 동등하게 관리되고 처벌받는 대상에서 벗어나려면 국가기관과 관계인(소유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수 있는 제도의 뒷받침과 소방시설점검 영역의 공감대가 형성 될 때 부실점검 방지는 물론이려니와 화재예방의 효율성이 배가 되리라 생각한다.


■ 거짓보고 실태

거짓보고, 부실점검 이 두 용어는 1995년7월1일 민간 자체점검제도가 실시되던 이듬해인 1996년에 필자가 소방시설관리사시험에 합격 후 곧 바로 현장에 뛰어들면서부터 들은 귀에 익은 용어인데 20년이 지난지금까지도 소방시설관리사의 점검 결과 보고 책임과 자체점검제도 발전 방향을 논의 할 때면 항상 회자 되는 용어이다. 이제는 필자의 뼛속까지 스며든 용어가 되어 버린 듯하다.

가장 최근에 자격을 취득한 소방시설관리사 초년생들조차 거짓보고 및 부실점검이라는 단어에 이미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같은 우려에도 자체점검제도가 화재예방업무 분야에서 버팀돌처럼 존재감을 인정받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화재안전 최우수 국가라는 OECD의 통계의 힘이 간접적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판단을 해보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통계자료인 것이다. 화재예방이라는 큰 틀의 범주(範疇)에서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거짓보고 부실점검 문제점 속에서도 자체점검제도가 화재예방업무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여려 갈래의 자료와 통계로 입증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밖으로 드러나는 부실점검 거짓보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얼마 전 소방시설관리사들의 작은 모임에서 필자의 이러한 질문에족히 서너 시간의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였다.

지난 20여 년간에 걸쳐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에 그 날의 토론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토론의 말미 모두들 지쳐 있을 때 한편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거짓보고 부실점검 방지는 건물주. 관리업자. 관리사 이들의 삼각관계를 차단하는 방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자 다른 토론자가 담담하게 말을 받았다. "현재의 소방법에는 건물주의 점검결과 거짓보고책임과 업. 관리사의 거짓점검 책임 구분이 명료하지가 않아요." 관리사들은 올바른 법 개정을 요구하지만관계기관은 이를 집단 이익에 함몰된 부당한 요구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들은 관계인(건물주)과 국가기관 사이에서 영원히 압박을 받는 신세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공허한 마음으로 도돌이표를 찍고 현행 자체점검의 거짓보고 처벌 규정에 대하여 다시 살펴보았다.

상기 표의 위반사항 공통점을 살펴보면 관계인. 관리업자. 관리사 모두 거짓*이라는 용어에 삼각관계로 얽히어 처벌받게 됨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녕무엇이 거짓인지 소방법상 용어의 정의는 없는 상태이다.

이희승 국어사전에 따르면 거짓은 '사실과 어긋난 것. 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으로 풀이돼 있다. 그리고 거짓이란 상대를 속일 의사가 있을 때 쓰이는 용어이고 부실은 꼼꼼히 성실하게 하지 아니하였다고 생각될 때 쓰는 용어로 매우 추상적인 면이 있어 처벌을 받는 자는 언제나 불공정한 법집행으로 생각하며 가슴깊이 처벌에 대한 원망을 갖기도 한다.

강한 처벌만이 거짓보고, 부실점검의 해결책이 아니듯 불공정한 법집행도 해결책이 못된다. 아니 강한 처벌보다 오히려 불공정한 법 집행이 문제 해결의독이 될 수도 있다. 거짓보고 부실점검의 근본 방지책은 관계인. 관리업자. 소방시설관리사 이들의 삼각관계를 명료하게 책임 구분함은 물론 행정상의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거짓이란 용어를 처벌 근거에서 삭제하거나 또는 거짓이라는 용어 자체를 새롭게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이 벌칙내용을 수정하여 제시하여 본다. 결론적으로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은 초록동색(草綠同色)처럼 보이지만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은 근본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가 존재하는 그 날까지 소방시설관리사들은 거짓보고와 부실점검 그리고 관계인(건물주)과 관계기관의 사이에서 내부 고발자 아니면 위법자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 거짓*이라 함은 법 제25조에 따른 점검 실시의 경우 점검 자격자가 미 참여한 상태에서 점검 실시 후점검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 영 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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