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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물류창고 화재, 수직적 하도급체계 '도마 위'

이천물류창고 화재, 수직적 하도급체계 '도마 위'

  • 기자명 김태윤 기자
  • 입력 2020.05.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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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판가름

지난 4월 29일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 사망 38명과 부상 10명 등 4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조사결과 우레탄 등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마감재로 인한 가스흡입이 많은 피해를 발생한 주 원인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공사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로 하도급 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별조사에 나선 고용노동부는 여러 하청업체가 한꺼번에 투입되어 작업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정상적인 공사기간을 보장하지 않고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는 수직적 하도급 체제가 이번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꼽았다.

◇ 수직적 하도급 … 부실공사 양산

이번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는 종합건설사인 ㈜건우 측이 건설 브로커 방식으로 각 공사를 수주 받은 후 저가로 하도급 한 형태이다. 이는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지만 무엇보다 정상적인 공사기간을 보장받지 못해 여러 하도급 업체들이 한꺼번에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불가피해 위험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유증기를 발생하는 우레탄폼 작업과 불꽃을 일으키는 용접 작업이 같이 이루어진다면 작업자들은 화재와 유독가스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위해한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수직적인 하도급 형태의 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의 작업자들을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 임시소방시설 조차 없는 공사현장의 민낯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은 피난설비인 간이피난유도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현장은 간이피난유도선, 대형소화기 등 임시소방시설 설치대상이지만 이러한 안전장치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되었다. 또한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근로자들은 목숨을 건 작업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는 고스란히 원청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수직적 하도급체계는 하도급 업체의 영세화와 불안전한 환경에서 근로자들의 희생을 요구해왔던 것이다. 

◇ 소방시설분리발주 국회 심판대에

오는 5월 19일 국회에서 열리는 행정안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이 개정안에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골자로 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소방분야를 따로 떼네어 분리발주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종 간 연계시공이 어려워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입장이 서로의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정안에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전기, 정보통신, 문화재수리 공사와 같이 전문 공사업종으로 건설공사에서 제외하고 있음에도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분리발주 규정이 없어 소방시설공사는 하도급 공종으로 전락하였고, 이에 적정공사비 마련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 내용은 소방공사를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 도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 원청업체인 건설 측 반발 거세

건설 측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건설과 스마트기술 간 융복합에 오히려 걸림돌이라면서, 공종 간 연계성을 떨어뜨려 디지털화에 장애물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하도급법으로 하도급업자가 충분히 보호되고 있으며, 오히려 소방이 일방적으로 시공하여 종합적 공정관리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사고 시 하자원임과 책임 소재 파악이 불분명해 하자보수가 지연될 뿐 아니라 낙찰률 또한 증가해 공사비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건설 측은 분리발주로 진행된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사고의 원인이 분리발주라고 나타났다면서 컨트롤타워가 없는 분리발주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검찰 측 사고조사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분리발주 공사인 인천 대정초등학교 화재에서는 분리발주로 인해 책임소재 규명이 곤란한 사례라면서 결국 소방공사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행정력 낭비 △사업비 낙찰률 상승 △임금체불 등 근로환경 악화 △영세성으로 인한 대규모 소방공사 수행능력 부족 등을 들어 소방공사 분리발주는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 소방업계 … “분리발주는 안전”

반면 소방업계는 이미 여러 번 소방시설분리발주가 국회의 문턱에 막혀 좌절된 적 있으나 이번만큼은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번 화재로 하도급은 구조적으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드러난 만큼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시공연계성은 발주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사참여 업체의 효율적인 협업에 달려있다면서 현재도 건설, 전기, 정보통신은 설계, 공사, 감리를 각각 전문 업체들이 별도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발주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하자책임소재에도 소화배관은 상․하수도 배관과 분리, 소방전기 배관도 일반전기배관과 구분되어 연계부분이 없어 하자구분 명확, 또한 설계단계부터 이미 다른 공사와 별도로 분리하여 설계, 공사, 감리를 하고 있으며, 발주자가 실제 시공한 소방업자에게 직접 하자보수를 요구하게 되므로 하자보수절차 간소화, 신속하고 책임성이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통합발주시 발주금액 대비 소방하도급액 20~30%가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직접발주로 저가시공을 근절하고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여 국민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4년 고양터미널 화재에 대해 일괄발주 받은 원도급 업체가 무면허 업자에게 불법으로 하도급한 현장이며 이는 분리발주가 아닌 일괄발주라고 볼 수 있으며, 2010년 인천 대정초등학교 화재에 대해서도 소방공사업체 시공의 잘못이 아니라 제조업체의 잘못으로 판명났으며 법원에서도 이미 분리발주와는 무관한 원인 미상의 화재로 결론 난만큼 분리발주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 공공기관, 분리발주 후 불량률 ↓

소방시설공사는 현재 시도 조례로 제정되어 공공기관의 공사에 한해 분리발주하고 있다. 조례시행직후 소방청이 2016년 1월 1일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 2년 6개월간 76,574개소에 대해 분석한 결과 조례적용 공공기관과 조례 미적용 민간부분 간 불량률 비교 시 공공기관 불량률(22.33%), 민간부분 불량률(37.02%)로 분리발주 효과가 나타났으며 분리발주 시행 시·도와 미시행 시·도 공공기관 간 불량률을 분석한 결과 시행 공공기관 불량률(21.91%), 미시행 공공기관 불량률(34.42%)로 분리발주 미시행 시·도 공공기관이 불량률(12.51%)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국민안전을 위한 방향 모색이 정답

2008 이천에서 같은 형태의 화재사고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다쳤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의 여지없이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더 이상 국민들이 화마(火魔)로 인해 위협받지 않도록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한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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