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이승한 종교국장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10명의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수색과 사고수습지원을 위해 5일 동안 밤낮없이 업무를 수행한 뒤 돌아가던 중 사고여서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헬기는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나 학교를 피해 빈터에 추락하기 위해 각도를 꺾으며 곤두박질했다고 한다. 실제 정성철 기장 등 사망자들은 아파트와 학교를 피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그들의 희생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소방업무를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겼던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고 이은교 소방사는 지난 14일 세월호 침몰사고 수색 구조 활동에 나서면서 SNS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강원도 119특수구조단 항공구조대는 오늘 진도 세월호 침몰해역에 대한 유실방지 항공수색을 다섯 번째 지원합니다.' 이 소방사는 사고헬기가 이륙하기 전 자신의 SNS에 '소방관들의 정당한 외침'이라는 글을 올렸다. '소방직의 국가직화와 현대화를 통해 전국 4만여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이 소방사는 오는 9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어서 네티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정성철 기장은 가정에서 어머니와 장모를 함께 모시는 효자여서 가족들의 슬픔은 더욱 크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소방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 하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대대적인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 소방서에 있는 4만여 명의 소방인의 바람인 소방청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방의 존재이유는 좁은 의미에서 불이 났을 때 불을 끄는 것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불을 끄는 것 외에 천재지변 등의 모든 재난에서 인명의 구조는 물론 사태의 수습까지 역할을 한다. 소방과 재난은 근본 속성이 다른데도 우리나라의 소방업무는 소방과 재난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소방업무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행정안전부 소방방재본부로 존재하고 있는 소방행정은 어떤 때는 외청으로 분리됐다가 필요하면 다시 부에 소속되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은 소방업무를 다루는 행정부서가 독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소방분야의 헤드쿼터가 장관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전국 4만여 소방인들은 장관급으로 한 단독 부는 못한다 할지라도 독립된 외청, 곧 소방청의 신설을 주장해 왔다.
현재 소방의 모토는 'First in, Last out'이다. 소방직 공무원은 재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귀중한 일을 하는 조직이다. 성경 누가복음 15장에는 예수님께서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남겨두고 찾아 나서는 비유가 나온다. 그 만큼 한 생명이 귀하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은 한 생명이라도 구하려고 자신의 생명까지 희생하는 각오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사고와 재난에 대응 복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인 것이다. 지금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직이 아니라 119라는 통합조직 하에 움직일 수 있는 소방청의 신설을 정부는 고민해야 할 때다. 정부와 전국 소방공무원들은 이번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5명의 희생자들이 의롭게 생명을 바친 만큼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