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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명상록]‘문자편지’

[오늘의 명상록]‘문자편지’

  • 기자명 박철희 주필
  • 입력 2014.11.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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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셋 있습니다.
막내딸이 서른여섯인데 아직까지 결혼에 대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해요.
직장일 때문에 일년여 캐나다에 출장중에 있는데 내달 중에 휴가를 받아 잠시 집으로 오겠다는 소식을 듣고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냈더니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더군요. 우선 그 내용부터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아빠도 잘 지내징? 22일에 도착할끄얌.. 오늘 휴가계 내고 뱅기 예약도 했움..집 가믄 여섯시쯤 될꺼여.. 건강히 잘 지내시궁.. 가기전에 연락할게..추운데 따숩게 하고 댕기공..^^*”
필자의 어릴 적에는 모든 편지를 우체부아저씨가 전해 주었습니다. 기다리는 편지가 있을 때는 동구밖에 나가 고개를 쭈욱 끌어올리고 혹여나 우체부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오지 않는지 쳐다보곤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연애편지의 경우는 숨어있다 몰래 여학생의 손에 쥐어주고는 도망을 치던 생각도 떠오릅니다. 어떻든 편지라는 것은 우리에게 큰 설레임을 주었던 메시지였던 것이지요. 편지지에 깨알같이 쓴 글자 하나하나에 온갖 정이 흠뻑 묻어나는 그런 것이 바로 편지였습니다.
요즘에는 세상이 확 바뀌어 대부분의 소식들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으로 날려 보내고 그것을 받아보고 있지요.

필자가 다 큰 우리딸아이에게서 온 ‘문자편지’를 여러분에게 공개하기로 생각한 것은 이 편지를 읽어보면서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고 그런 가운데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 간의 언어소통이라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려야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알듯말듯한 용어부터 몇가지 적어보겠습니다. “뱅기, 지내시궁, 지내징?, 집가믄, 댕기공, 도착할끄얌” 등등입니다. 몇 번을 읽어보면 그 뜻이 아하 이것이구나 하고 알듯말듯해집니다. 몇 번 읽으면 그 뜻은 알 수 있더군요. 심한 경우는 어림짐작으로 알기도 합니다.

이 편지를 몇 번 읽어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막내딸이기 때문에 아빠에게 어리광스러운 표현을 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이러한 표현이 너무나 자유스러운 모양이구나, 걷치레나 틀에 박힌 생활습관에서 무언가 벗어나기를 좋아하는 가 보구나 등등의 생각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이 든 사람들로서도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나 그들의 생각 또 그들의 입장에 조금은 다가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묘한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없다보니 정부는 국민과 소통이 안된다고 하고 국회의원들은 청와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나이든 부부들은 젊은 자식들이 버릇이 없어졌다고 쩝쩝 입맛을 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관습을 깨버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소중한 생활습관에 안주하다보면 결국 소통의 벽을 스스로가 쌓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시니어의 입장에서 본다면 필자를 포함하는 많은 독자여러분들은 지금 100세시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나머지 여생이 점점 길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남은 기간을 시니어들만의 사회에서 보낸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실적인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무엇인가 젊은이들 속에 파고들어가려는, 그들을 조금은 이해하려는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반대로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이드신 인생의 선배나 어른들에게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모습을 조금씩이나마 깨우쳐 알게 하는 것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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