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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방 제4화] 글쓰기의 첫 번째 기본요령

[아름다운 글방 제4화] 글쓰기의 첫 번째 기본요령

  • 기자명 주필 박철희
  • 입력 2014.12.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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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번 써보겠다며 어렵사리 펜까지는 잡았는데…
웬 조화인지 머릿속엔 온갖 잡생각들만 요란스레 왔다 갔다 할 뿐, 펜대는 전혀 구르지를 않습니다. 요즘 이야기로 바꾸자면 뿌연 컴퓨터 화면만 멍하니 들여다볼 뿐, 자판엔 손 끝 하나 대지 못하는 딱한 형세인 겁니다. 뭘 어떻게 써야할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겁니다.

“아니, 훈장 선생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글쓰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는데, 말짱 빈말 아닌가? 고역 중에 상고역이 글 쓰기구먼…….”
푸념하실 만합니다. 그렇다면 생각대로 원고지 위에 펜이 나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분명히 이유가 있는 건 확실한데 말입니다.

원인이야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만 필자는 한 가지 원인만을 지적하려 합니다.
그 한 가지 원인은 여러분의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글쓰기에 관한한 초보자들이시잖아요? 그걸 잊고 욕심을 너무 많이 내시는 겁니다. 물론 요령이 없다보니 이것저것 다 써보고 싶으실 겁니다. ‘골목대장’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써보고 싶을 터이고, 한참 누님 벌되는 마을 어귀의 꽃집 큰 딸과의 짝사랑 얘기도 한 번 써보고 싶겠지요. 어디 이것뿐입니까? 한 여름, 참외서리하다 주인한테 붙잡혀 크게 혼나던 에피소드도 긁적거려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런 생각들로 여러분의 머릿속은 이미 포화상태인 겁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치다보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런 상태라면 훈장 행세하겠다는 필자인들 뭔 글을 제대로 쓰겠습니까? 어질어질 하기는 필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결국 이 같은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책이 필요한데, 그 유일한 해소 방법은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을 무조건 한두 가지로 간추려 압축하는 일입니다. 초보자의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부단히 노력하면 요령을 터득하게 될 겁니다. 가장 손쉬운 요령부터 소개하자면, 우선 머릿속의 많은 생각들을 일단 밖으로 끌어내 나열시켜 보십시오. 그런 다음 먼저 쓸 것과 나중에 써도 괜찮을 만한 것들을 구별해 내는 겁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나머지 ‘꺼리’들은 과감히 털어내 버리는 겁니다. 나중에 쓰시면 되잖아요. 이것은 용단이 우선돼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조금 어려운 말로 바꾼다면 ‘주제의 단순화 작업’이라고 합니다. 글을 원만하게 쓰려면 필히 이 훈련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과욕(過慾)은 금물인 것이지요.
이것이 글쓰기의 첫 번째 기본 요령입니다.

예컨대 추억(追憶)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추억이라고 하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기에 누구든 쓸 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겠지요.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꺼리를 어찌 종이 한두 장에 다 담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생각 자체가 무리요, 과욕이지요.

이럴 때 꼭 맞는 말이 취사선택(取捨選擇)입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라는 것입니다. 즉, 오늘은 옛 친구 녀석들 이야기만 써본다든지, 아니면 중학교 시절 아버지 술심부름 갔다 오다 홀짝 홀짝 주전자 술 장난삼아 훔쳐(?) 마시다 완전히 대로변에 쓰러져 버렸던 망신스런 얘기만 써본다는 식으로 주제를 단순화 시키는 것입니다. 머리가 훨씬 덜 아프시겠지요.
이런 과정의 반복은 곧 훈련이며 그 결과는 분명히 좋은 쪽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 같은 요령들을 하나 둘 씩 터득해 나가다보면 자연스레 자신감도 붙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소재꺼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지지 않겠습니까? 글쓰기의 재미는 바로 여기서 부터가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용기를 북돋는 차원에서 사족(蛇足)의 말씀 한 마디를 덧붙이겠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문장의 대가(大家)가 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또한 글 한번 써 본적이 없는 문외한(門外漢)이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자! 여러분, 제가 오늘부터 장편소설이란 걸 쓸 데니 지켜보라며 거들먹거렸던 역사적 사건은 이 날 이때까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명필가(名筆家)가 되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오직 한 길을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으로 걸어가는 그 길이 유일한 길입니다. 오르고 오르다 보면 글쓰기의 정상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글쓰기의 순리(順理)인 겁니다.

 

아름다운 글방 훈장 박 철희(朴 哲喜)
<1972-1998,8 매일경제신문사 재직>
산업부 기자, 차장, 정치부장, 사회부장,
유통경제부장, 과학기술부장, 문화체육부장, 편집부국장,
주간매경 편집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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