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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태풍이 휩쓸고 간 타클로반의 '코리아 119'

슈퍼태풍이 휩쓸고 간 타클로반의 '코리아 119'

  • 기자명 김태윤 기자
  • 입력 2014.01.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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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태풍이라 불리는 하이옌(HAIYAN)은 중국에서 제출한 태풍이름으로 바다제비를 의미한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작고 검은 바닷새가 바다표면을 스치듯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태풍 하이옌은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을 최대풍속 61.0(m/s), 강풍반경 380(km)의 위력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필리핀의 피해규모가 우리나라에도 전해지면서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본부는 국제구조대 출동을 위한 사전준비에 돌입했다.

국제출동 경험이 많은 대원 2명이 정부의 신속대응팀에 합류하여 11월 11일 필리핀 현지로 급파되었고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현지의 정보가 중앙119구조본부로 전달되었다.

14일 오후 7시경 구조팀, 의료팀 등 41명으로 편성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는 성남공항에서 출정식을 갖고 15일 새벽 2시 C­130 군용기 3대에 첨단구조장비와 의료장비를 적재하고 이륙하였다.

15일 오전 세부공항에서 급유를 마치고 다시 이륙한 군용기는 타클로반 공항 위를 수차례 선회한 후 겨우 착륙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한 대원들은 준비된 승합차량에 각종 장비를 나눠싣고 타클로반시 중심가에 위치한 세인트폴병원으로 향했다.
하이옌이 휩쓸고 간 타클로반 시내는 여기저기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눈에 띄었고 간혹 뼈대만 남은 건물잔해가 이곳이 사람이 살던 곳이란 걸 알려주었다.

16일 세인트폴병원에 해외긴급구호대의 활동본부가 설치되고 병원 1층에선 의료팀이 진료준비를 마쳤다.
중앙119구조본부의 긴급기동팀장으로 구조팀을 지휘해야하는 나는 타클로반시 일대의 정찰을 마치고 필리핀 소방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타클로반 소방서 내에 현장 CP를 설치하여 본국과의 위성통신체계를 갖췄다.

17일 필리핀 정부뿐 아니라 타국의 구호대도 손길 한 번 닿지 않는 해안지역에 유일하게 해상구조팀의 수난구조보트가 띄워졌다.

육상구조팀은 이동할 때마다 혹시 자신의 가족을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주민과 천진난만하게 코리아를 외치는 아이들이 따라다녔다.
구조팀은 첨단수색팀, 해상구조팀, 육상구조팀으로 운영되었다.
인명구조견을 활용한 매몰자 수색과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해안지역 수색이 동시에 진행되었고 육상구조팀과 해상구조팀은 본격적인 구호활동을 시작하였다

생존자 구조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구조팀은 6m이상의 해일이 수차례 덮치고 지나간 타클로반 해안 곳곳에서 방치된 주검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생사가 명확히 구분된 현장에서 우리 구조팀은 2차 피해 방지와 안타까운 주검을 수습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 한창 부패가 진행된 시신, 동강나고 수일동안 바다에서 부풀려져 있는 시신을 대원들은 정성스레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대원들에게 시신을 수습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을 때 내 가족이라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더 이상 우리 팀에겐 부족함이 없다는 걸 확신했다.
시간이 갈수록 시신은 더 부패했고 열흘 간 구호활동을 벌이던 1진 대원들은 23일 2진 대원과 현장에서 교대하고 2진 대원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12월 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였다.

우리 구조팀은 타클로반에서 모두 145구의 시신을 수습하였고 전염병 예방을 위해 꾸준한 방역활동을 실시했으며 필리핀 소방당국에 현지 구호활동에 사용한 장비를 기증하였다.

거침없는 태풍의 위력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구호활동이란 것이 얼마나 미미한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구호활동을 마치며 간절한 염원을 담아본다.

타클로반에 희망과 용기가 함께하며 더 이상 참혹한 재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대한민국의 구조대가 타클로반에서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게 됨에 감사드린다.
                                                                                                       김남석 중앙119구조본부 긴급기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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